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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아끼면 부자가 된다는 말, 저도 한때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습니다. 그런데 닉 매기울리(Nick Maggiulli)의 책을 접하고 나서 머릿속이 핑글핑글 돌았습니다. 절약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겁니다. 제가 그동안 틀린 지도를 들고 있었던 건 아닌지, 솔직하게 따져봤습니다.

절약이 정답이라고 믿었는데, 순자산을 계산해봤습니다
잠깐 계산을 한번 해보시겠습니까. 지금 가진 예금, 주식, 부동산을 모두 더하고, 거기서 대출금과 카드 미결제액, 학자금 등을 전부 뺀 숫자. 그게 순자산(Net Worth)입니다. 순자산이란 외부 부채를 모두 제하고 내가 실제로 보유한 자산의 순수 가치를 뜻합니다. 제가 처음 이 숫자를 정직하게 적어봤을 때, 솔직히 좀 멍했습니다.
닉 매기울리는 이 순자산을 기준으로 사람들을 여섯 개의 층으로 분류합니다. 1층은 순자산 약 1,400만 원 미만으로, 한 달만 수입이 끊겨도 생존이 위협받는 단계입니다. 2층은 1,400만 원에서 1억 4천만 원 사이로 '장보기 자유'가 생기는 구간이고, 3층부터는 외식할 때 메뉴판 오른쪽 가격을 먼저 보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 됩니다. 4층은 14억에서 140억, 여행 방식을 기분으로 고르는 단계입니다.
미시간 대학교의 소득 역학 패널 연구(PSID, Panel Study of Income Dynamics) 데이터에 따르면,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한 칸 위로 올라간 사람은 32%에 불과합니다(출처: 미시간 대학교 PSID). 두 칸을 올라간 사람은 단 5%. 저는 이 숫자를 보고 "게으른 사람들 이야기겠지"라고 생각했다가, 잠시 후 제 통장 잔고를 다시 열어봤습니다. 딱히 할 말이 없더군요.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하나 생깁니다. 10명 중 7명이 20년 동안 제자리를 맴도는 이유가 정말 노력 부족일까요. 아니면 전략이 잘못된 걸까요. 저는 최근 들어 후자 쪽으로 생각이 기울고 있습니다.
- 1층: 순자산 1,400만 원 미만 — 생존 단계, 수입 단절 시 즉시 위기
- 2~3층: 1,400만 원~14억 — 국내 직장인·자영업자 대부분이 위치한 구간
- 4층 이상: 14억 초과 — 자본과 레버리지 없이는 도달하기 어려운 구간
절약의 바닥 vs 수입의 천장, 어느 쪽을 먼저 뚫어야 할까
"라떼 한 잔 줄이면 부자 된다"는 말, 저도 블로그에서 비슷한 맥락의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지출 관리가 재테크의 기본이라고 믿었으니까요. 그런데 이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데이터를 보고 나서 생각이 복잡해졌습니다.
미국 노동 통계청(BLS, Bureau of Labor Statistics) 자료를 보면, 하위 20% 가구는 이미 월세·식비·교통비·통신비를 합산했을 때 수입의 100%를 초과 지출하고 있습니다(출처: BLS 소비자 지출 조사). 빚을 내서 기본 생활을 유지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절약을 더 강조하는 건, 물에 빠진 사람에게 "수영 배웠어야지"라고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절약에는 하한선이 존재합니다. 아무리 쥐어짜도 지출을 0 이하로 줄일 수는 없습니다. 반면 수입에는 이론적으로 상한선이 없습니다. 이 비대칭 구조를 이해하고 나면, 1층과 2층에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절약이 아니라 수입 증가라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물론 절약이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은 아닙니다. 저는 여전히 어느 정도의 지출 관리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1% 룰(1% Rule)이라는 개념을 접하고 나서는 시간 배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습니다. 1% 룰이란 내 순자산의 1%를 실질적으로 늘려줄 가능성이 없는 활동에는 시간을 쓰지 않는다는 원칙입니다. 순자산이 1억인 사람에게 1%는 100만 원입니다. 그 기준으로 오늘 하루를 돌아보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모적으로 흘러갔는지 꽤 불편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저 역시 돌이켜보면, "바쁘다", "지쳤다"는 핑계로 제대로 아끼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수입을 늘리기 위한 행동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어중간하게 서 있었던 것 같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셈이죠.
레버리지 없이 3층 이상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하루는 24시간이고, 내 몸은 하나뿐입니다. 이 물리적 한계를 직시하면, 시간을 팔아서 오를 수 있는 사다리의 층수에는 명확한 천장이 생깁니다. 닉 매기울리는 연봉 7억을 받으며 매년 3억씩 저축해도 4층 진입에 20년 이상이 걸린다고 계산합니다. 그 말을 처음 읽었을 때 제가 느낀 감정은 허탈함이었습니다.
그래서 3층 이상에서는 레버리지(Leverage)가 필요합니다. 레버리지란 내 시간과 수입을 분리시키는 구조적 도구를 말합니다. 단순히 더 열심히 일하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관여하지 않아도 가치가 창출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노동 레버리지는 다른 사람의 시간을 빌리는 방식입니다. 팀을 꾸리고 조직을 키워 내가 잠든 사이에도 가치가 생산되게 하는 구조입니다. 자본 레버리지는 돈이 돈을 버는 구조로, 배당 수익·임대 수익·투자 수익이 월급을 초과하는 순간 직장이 오히려 부업이 되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그리고 콘텐츠 레버리지는 저 같은 블로거에게 가장 현실적으로 와닿는 개념입니다. 글 하나, 영상 하나가 완성되면 그건 24시간 365일 독자에게 닿습니다. 제가 밥을 먹는 동안에도, 자는 동안에도요.
콘텐츠 레버리지는 과거에는 거대한 자본이나 조직 없이는 불가능했던 상층 도약을, 노트북 한 대와 아이디어만으로 가능하게 만든 우리 시대만의 사다리입니다. 저도 이 블로그가 언젠가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면서도, 멈추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노동 레버리지: 팀·조직을 통해 타인의 시간을 내 가치 창출에 연결
- 자본 레버리지: 배당·임대·투자 수익으로 자산이 스스로 일하는 구조
- 콘텐츠 레버리지: 글·영상이 시간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가치를 전달
돈은 소금입니다, 재료가 없으면 간도 필요 없습니다
"돈을 모으고 수입을 늘려야지" 결심하면서도 마음 한켠에는 '내가 너무 세속적으로 변하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이 있었습니다. 이 부분이 저를 오래 불편하게 했는데, 닉 매기울리의 마지막 메시지를 읽고 나서야 비로소 정리가 됐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충분한 돈을 가진 이후에는 돈이 삶에 미치는 영향이 놀라울 정도로 작다고. 그리고 돈을 소금에 비유합니다. 소금이 없으면 음식이 밋밋하지만, 소금만으로는 어떤 요리도 완성되지 않습니다. 돈 역시 이미 존재하는 삶의 재료를 증폭시켜 줄 뿐, 재료 자체를 만들어주지는 않습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돈은 콘서트 티켓을 선물하고,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알프스를 열어줍니다. 그런데 음악이나 등산 자체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 그 티켓과 항공권은 그저 종이 조각이나 고문에 가깝습니다. 이걸 뒤집어 말하면, 이미 불행한 사람은 돈이 생겨도 불행의 볼륨만 더 키운다는 겁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른 이야기처럼 들렸다가, 생각할수록 무섭도록 정확한 말이더군요.
닉 매기울리는 부의 사다리 외에 우리가 함께 올라야 할 사다리를 다섯 가지 더 제시합니다. 사회적 부, 정신적 부, 신체적 부, 시간의 부, 그리고 목적의 부입니다. 하버드 대학교를 포함한 여러 연구 기관의 데이터에 따르면 진정한 우정 하나의 행복 효과는 연간 약 1억 4천만 원의 추가 수입과 동일한 수준이라고 합니다(출처: 하버드 헬스 퍼블리싱). 사다리를 오르느라 이 사람들을 잃는다면, 그 손실은 수치로 환산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목적의 부, 즉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오늘을 살아갈 이유가 있는 삶이 없으면 나머지 네 개를 모두 갖춰도 꼭대기에서 공허함만 남는다는 말은 맥도날드 1달러 메뉴가 외식의 전부였던 소년이 월스트리트 최고 운영 책임자(COO)가 된 후에 꺼낸 고백이라 더 무게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COO란 기업의 일상적 운영 전반을 총괄하는 최고위 임원직을 말합니다.
저는 앞으로 소액 절약에 들어가는 소모적인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을 제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돌려보려 합니다. 이 블로그도 그 콘텐츠 레버리지의 작은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엄청난 변화는 없겠지만, 6개월 뒤의 제 모습은 분명 달라져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절약으로 기반을 다지는 단계'에 계신가요, 아니면 '수입을 늘리기 위한 레버리지를 설계해야 할 단계'에 계신가요. 어느 쪽이든, 지금 내가 서 있는 층을 정확히 아는 것이 첫 번째 발걸음입니다. 사다리를 오르는 동안에도 곁에 있는 사람의 손을 놓지 않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