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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장동민을 그냥 개그맨으로만 봐왔습니다. 그런데 그의 사업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으면서 제 안에서 뭔가 뒤집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열심히 사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걸 초등학교 입학 전에 이미 직감했다는 사람. 그 직감이 개그맨 데뷔 직후의 출장 세차 창업으로, 그리고 20년 뒤 세계 최초 세로형 라벨 특허로 이어졌다는 사실이 단순한 성공담이 아닌 이유를 이 글에서 풀어보려 합니다.

어린 시절이 만든 사업가의 원형 — 관찰력과 결핍 동기
저도 중학교 시절 꽤 긴 방황을 했습니다. 그 시절을 돌이켜보면 제게 없었던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왜 이렇게 살면 안 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목격이었습니다. 장동민의 경우는 달랐습니다. 그는 부모님이 누구보다 부지런하게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판잣집을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두 눈으로 보았습니다. 그 장면이 그에게 준 것은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노동 강도와 보상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냉정한 통찰이었습니다.
이것을 경영학에서는 기회비용(opportunity cost) 인식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기회비용이란 어떤 선택을 했을 때 포기해야 하는 다른 선택의 가치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그는 여섯 살 무렵 '열심히 일하는 길'과 '더 스마트하게 접근하는 길' 사이의 격차를 이미 체감했던 겁니다. 버스 정류장 옆 빵집과 골목 안 빵집을 며칠씩 관찰하며 입지(立地)의 차이를 스스로 결론 낸 아이. 이건 누가 가르쳐서 나오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그 아이가 부모님께 "용돈을 많이 달라"고 요구했을 때, 부모님은 비웃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장롱 속 월급봉투 위치를 알려주었고 대학교까지 그 신뢰를 이어갔습니다. 저 역시 부족함이 많았던 어린 시절이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온전하고 울타리가 되어주는 가정이 주는 힘이 얼마나 큰지 그때는 몰랐습니다. 장동민이 말한 "부모님 공이 100%"라는 표현이 제게 특히 무겁게 느껴진 이유입니다.
- 결핍 동기(deprivation motivation): 부족한 환경이 오히려 변화에 대한 강한 욕구로 전환되는 심리적 메커니즘. 장동민의 사례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 조기 시장 관찰력: 여섯 살에 상권 입지를 분석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일상을 '왜'라는 질문으로 바라보는 습관이 수십 년의 사업 감각으로 축적됩니다.
- 부모의 신뢰 자본: 당돌한 아이의 요구를 거절하지 않고 실행 수단을 열어준 것. 이 선택이 훗날 유상무, 유세윤도 "저 사람은 뭘 해도 된다"고 느끼게 만든 근거가 됩니다.
출장세차 창업 — 데뷔하자마자 선택한 '최초' 전략
2004년은 장동민이 KBS 공채로 데뷔한 직후입니다. 방송 출연이 이어지고, 수입도 생기고, 주변에서는 "이것만 해도 돈 많이 버는데 왜 다른 걸 해?"라는 시선이 따라왔습니다. 제가 경험상 느끼기에, 이 말이 가장 달콤한 독입니다. 충분히 먹고살 수 있을 때 현상 유지를 선택하는 것, 그게 얼마나 자연스럽고 합리적으로 느껴지는지 실제로 그 상황이 되어봐야 압니다.
그런데 그는 새 외제차를 끌고 저녁에 나가려다 차가 더럽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내 차를 내가 직접 세차장에 끌고 가기 귀찮다'는 개인적 불편에서 사업 아이템을 떠올렸습니다. 이게 바로 페인 포인트(pain point) 발굴입니다. 여기서 페인 포인트란 소비자가 현재 겪고 있는 불편이나 해결되지 않은 욕구를 가리키는 마케팅 개념으로, 이를 정확히 집어낸 사업이 시장을 선점합니다. 2004년 대한민국에는 출장세차라는 카테고리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선택한 영업 방식도 흥미롭습니다. 낮에는 오피스 빌딩을 직접 돌며 발로 뛰었고, 저녁에는 아파트 주차장에서 대기했습니다. "키 없이 해드린다"는 개념 자체를 고객이 이해 못 하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초기 3개월 만에 회원 수 약 3천 명, 월 순이익 수천만 원. 이 수치는 그냥 운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연예인 프리미엄이 영업력으로 작동한 것도 사실이지만, 구조 자체가 반복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출처: 중소벤처기업부 창업 생태계 리포트에 따르면 창업 초기 3개월 생존율은 전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그가 나중에 PC방에서 e스포츠 대회장을 만들었다가 실패한 사례도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안 하는 건 이유가 있다"는 교훈을 몸으로 배운 것입니다. 성공한 사업가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시장 검증(market validation), 즉 아이디어를 실제 고객 반응으로 테스트하는 과정을 그는 실패를 통해 익혔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 부분이 오히려 더 설득력 있게 느껴졌습니다. 성공 사례만 나열하는 사람보다 실패에서 배운 원칙을 말하는 사람이 훨씬 더 믿음직합니다.
- 카테고리 최초 진입(first-mover advantage): 출장세차는 경쟁자가 없는 시장을 만들어 낸 사례로, 초기 선점 효과가 회원 수 증가로 직결되었습니다.
- 개인 불편에서 출발한 아이템: 시장 조사 보고서가 아닌 자신이 직접 겪은 불편이 아이디어의 원천입니다. 이 방식은 창업 성공률을 높이는 핵심 요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 실패를 통한 시장 검증 원칙 획득: PC방 e스포츠 대회장 실패가 "안 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원칙으로 내재화되었고, 이후 사업에서 과도한 확신을 경계하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세계 최초 세로형 라벨 특허 — 일상의 불편을 친환경 사업으로
솔직히 이 대목에서 저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쓰레기를 처음으로 혼자 버리러 갔다가 경비 아저씨한테 혼나고, 라벨을 떼다가 손을 베인 경험. 보통 사람이라면 "귀찮네"로 끝낼 그 순간을 그는 "없으면 되잖아"로 전환했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 특허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 같은 아이디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그가 개발한 것은 세로형 라벨(vertical label)입니다. 기존의 가로형 라벨은 병의 몸통을 한 바퀴 감싸는 구조라 처음 개봉할 때 라벨이 남아있어 소비자가 따로 제거해야 합니다. 그런데 세로형으로 붙이면 병뚜껑을 처음 딸 때 라벨이 함께 분리되도록 설계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이 구조가 소비자 편의, 기업 브랜딩, 환경 규제라는 세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다는 점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무라벨 제품의 단점인 정보 전달 문제를 해결하고, 소비자는 라벨을 따로 뗄 필요가 없으며, 환경부 입장에서는 재활용 분리배출 품질이 높아집니다(출처: 환경부 재활용 정책 안내에 따르면 국내 페트병 라벨 미제거로 인한 재활용 선별 비용 손실은 연간 수백억 원 규모로 추산됩니다).
2022년 환경부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는 사실도 의미심장합니다. '떼서 버립시다' 캠페인을 기획하던 담당자가 장동민이 이 분야 특허 보유자인지도 모르고 협업 제안을 했다는 것은, 그의 아이디어가 단순히 개인 발명 수준이 아닌 사회적 필요와 정확히 맞닿아 있었다는 방증입니다. 이후 환경부 주관 우수상 수상, 광동제약·삼양패키징과의 MOU 체결까지 이어진 흐름은 특허가 아닌 타이밍과 시장 검증의 결과입니다.
그가 미국 대형 기업의 러브콜을 거절하고 한국에서 먼저 출발하겠다는 결정을 한 것도 눈에 띕니다. 이건 고집일 수도 있지만, K-컬처에 대한 글로벌 관심을 한국의 친환경 기술력으로 연결하겠다는 브랜딩 전략으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개그맨이 개그맨의 언어로 시장을 설계하는 방식, 저는 그게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 세로형 라벨 특허(vertical peel label): 전 세계 최초 출원. 개봉 동작과 라벨 제거를 한 번에 해결하는 구조로, 재활용 분리배출 효율화에 직접 기여합니다.
- ESG 경영 트렌드와의 접점: ESG란 환경(Environmental)·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기업 평가 기준에 포함하는 개념으로, 대기업들이 친환경 포장재 파트너를 적극 발굴하는 흐름이 MOU 체결로 이어졌습니다.
- 코미디적 감각의 사업 전이: 일상의 공감을 찾고 남들이 놓친 포인트를 아이디어화하는 개그 작업 방식이 사업 아이템 발굴에 그대로 적용된 사례입니다.
장동민의 이야기에서 제가 가장 오래 붙잡고 있던 문장은 "20조를 벌겠다고 해야 200억이라도 번다"는 말이었습니다. 목표를 의도적으로 크게 잡는 것, 경영학에서는 이를 스트레치 골(stretch goal)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스트레치 골이란 현재 능력 수준을 초과하는 목표를 설정해 실제 성취 수준을 끌어올리는 방법론입니다. 중요한 건 그게 허풍이 아니라 '상대방의 그릇을 재는 기준'이었다는 해석입니다. 제가 살면서 누군가의 꿈을 깎아내린 적이 있었다면, 그건 제 그릇이 그만큼이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솔직히 이 부분이 좀 불편하게 읽혔습니다. 그러나 불편하게 읽힌다는 건 그만큼 정확하게 찔렸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조금 늦게 깨달았어도, 방황의 시간이 길었어도 괜찮습니다. 지금 이 순간 '왜 필요한가'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 아이디어 하나, 그리고 그걸 비웃지 않고 들어줄 사람 한 명. 그 두 가지부터 시작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장동민이 여섯 살에 빵집 두 곳을 며칠씩 들여다본 것처럼, 오늘 우리 일상에서 '왜 이게 불편한가'를 한 번만 더 들여다보는 것이 그 시작일 겁니다.